쿤밍 시장 아침 한 바퀴 — 무화과 20위안, 튀긴 벌레, 그리고 청과떡 3.5위안

운남성(윈난) 쿤밍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일이라곤 숙소 근처 재래시장을 어슬렁거린 것뿐인데, 이날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동남아를 여러 번 돌면서 시장은 어지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운남 시장은 결이 좀 다르다. 태국이나 라오스 시장이 열대의 단맛과 향신료로 밀어붙인다면, 여기는 고원 지대라 그런지 버섯…

운남성

운남성(윈난) 쿤밍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일이라곤 숙소 근처 재래시장을 어슬렁거린 것뿐인데, 이날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동남아를 여러 번 돌면서 시장은 어지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운남 시장은 결이 좀 다르다. 태국이나 라오스 시장이 열대의 단맛과 향신료로 밀어붙인다면, 여기는 고원 지대라 그런지 버섯·산나물·절임고기 같은 산의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해발 1,900m 언저리라 8월인데도 아침 공기가 서늘했고, 반팔 하나로 나갔다가 첫 30분은 팔을 문질렀다.

버섯과 산나물 — 여기가 진짜 운남이다

시장 초입에서 발이 묶인 자리가 여기였다. 대나무 소쿠리를 바닥에 그냥 늘어놓고 파는데, 잎사귀를 깔개 삼아 종류별로 쌓아놨다. 갈색 덩이줄기(팻말에 '昭通 天麻', 자오퉁산 천마라고 적혀 있었다), 통통한 우산 없는 버섯, 회백색 느타리 무더기, 형광에 가까운 주황색 산호 모양 버섯, 그리고 초록 노끈으로 다발다발 묶어둔 노란 꽃봉오리(호박꽃으로 보였다). 앞쪽엔 뿌리 끝이 분홍빛으로 물든 어린 죽순과 새하얀 뿌리채소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오른쪽 아래 자스민 꽃봉오리다. 하얀 봉오리를 바구니 가득 담아놓고, 색색 망사 주머니에 소분해서도 판다. 그 앞을 지나가는데 향이 훅 끼쳤다. 아침 시장 특유의 흙냄새·물비린내 사이에서 그 구간만 향수 가게처럼 향이 달랐다.

대나무 소쿠리에 종류별로 담긴 천마, 각종 버섯, 주황색 산호버섯, 노끈으로 묶은 노란 호박꽃, 죽순과 자스민 꽃봉오리를 늘어놓은 노점
노란 팻말에 '昭通 天麻'. 버섯과 산나물, 자스민 봉오리까지 한 소쿠리 건너 다른 세계.

버섯 이름을 하나도 몰라서 아주머니한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을 절반도 못 알아들었다. 운남 사투리가 섞이면 표준 중국어 리스닝은 거의 무력하다. 결국 사진만 찍고 못 샀다. 숙소가 호텔이라 조리할 데도 없었고 — 이건 시장 여행의 영원한 아쉬움이다. 다음엔 주방 있는 숙소를 잡아야겠다고 이날 저녁에 메모해뒀다.

튀긴 벌레 — 소문은 들었지만 실물은 스케일이 다르다

노란 셔터 앞, 빨간 천을 깐 매대 위에 대나무 채반 예닐곱 개가 놓여 있었다. 전부 튀긴 벌레다. 굵은 밀웜, 메뚜기, 대나무벌레(竹虫)로 보이는 하얗고 통통한 것, 그리고 뒤쪽 채반엔 거뭇하고 다리가 잔뜩 달린 것 — 지네처럼 보이는 것까지 있었다. 앞쪽 큰 채반은 마른 고추와 참깨를 함께 볶아 빨갛게 버무려놨다.

빨간 천 위 대나무 채반 여러 개에 담긴 튀긴 밀웜, 메뚜기, 대나무벌레와 마른 고추·참깨에 버무린 벌레 튀김
채반마다 종류가 다르다. 앞쪽 큰 채반은 마른 고추와 참깨로 버무린 것.

솔직히 말하면 나는 못 먹었다. 라오스에서 대나무벌레는 먹어봤는데(고소하고 새우깡 비슷하다) 여기 지네처럼 생긴 건 도저히 손이 안 갔다. 옆에서 현지 아저씨가 스티로폼 도시락에 밀웜을 한 국자 담아가는 걸 봤는데,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이 매대가 관광객용 눈요기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냄새는 비린 게 아니라 기름 냄새와 고추 냄새였다. 가격은 팻말이 안 보여서 확인 못 했다 — 살 생각이면 무게 단위로 물어봐야 한다.

채소 매대 — 색이 너무 진해서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다

운남 채소는 색이 세다. 초록이 형광에 가깝고, 가지의 보라는 인위적으로 보일 정도다. 사진 왼쪽을 가득 채운 건 각진 왕관처럼 생긴 애호박류(현지에서 흔히 보는 늙은 호박 계열)고, 오른쪽엔 길고 가는 자주가지와 통통한 보라가지가 나란히, 그 옆으로 토마토와 껍질 벗긴 주황색 당근이 줄 맞춰 쌓여 있었다. 가운데는 비닐봉지째 산처럼 쌓인 홍고추. 상인 아주머니가 손으로 고추 봉지를 정리하는 순간이 찍혔다.

형광빛 초록 호박, 비닐봉지에 담긴 홍고추 더미, 길쭉한 자주가지와 보라가지, 토마토와 당근이 쌓인 채소 매대와 정리 중인 상인의 손
매대 위쪽에 위챗페이 QR 코드판. 현금 안 받는 집도 있다.

여기서 첫 방문자가 제일 많이 당하는 지점이 사진에 그대로 찍혀 있다. 매대 중앙 나무 받침에 꽂힌 초록색 QR 코드판. 위챗페이 수취 코드다. 중국 재래시장은 현금 거스름돈을 아예 준비 안 해두는 상인이 많다. 알리페이·위챗페이에 해외 카드를 미리 등록해두지 않으면 100위안짜리 한 장 들고 아무것도 못 산다. 나는 이전 여행에서 이걸 몰라 첫날 반나절을 날렸다. 출국 전에 앱 등록·실명 인증까지 끝내놓고 오는 게 맞다.

돼지고기와 절임육 — 진공포장 삼겹살, 그리고 걸어놓은 통고기

정육 코너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진공포장된 삼겹살이 산더미로 쌓여 있는데, 지방층과 살코기층이 칼같이 세 겹 네 겹으로 갈라진 게 눈으로 봐도 좋았다. 뒤쪽엔 이미 양념에 재워둔 듯한 갈색빛 고기 팩들이 섞여 있었다. 여기도 어김없이 빨간 QR 코드판이 꽂혀 있고, 계산기 하나가 고기 위에 툭 얹혀 있다.

진공포장된 삼겹살 덩어리가 산처럼 쌓인 정육 매대와 빨간 QR 결제판, 검은 계산기
층이 선명한 삼겹살. 뒤쪽은 이미 양념에 재운 고기로 보였다.

더 인상적인 건 옆 골목의 절임육 가게였다. 스테인리스 봉에 갈고리를 걸어 통째로 말린 고기를 주욱 늘어놨는데, 표면이 기름에 절어 호박색으로 반들거리고 안쪽 단면은 짙은 자주색이다. 위에서 분홍빛 조명을 쏘고 있어서 실제 색보다 더 붉게 보이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 중국 시장 정육 코너 조명은 원래 그렇다. 아래쪽 나무 그릇에 잘라놓은 시식용 조각과 가루 양념이 담겨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손님들이 봉지를 들고 지나다녔다.

스테인리스 봉에 갈고리로 걸어 말린 절임 고기가 줄지어 매달린 시장 골목, 위에서 분홍색 조명이 비치고 오른쪽으로 손님들이 지나간다
걸어놓고 파는 절임육. 분홍 조명 때문에 실제보다 붉게 보인다.

루웨이(卤味) 매대 — 아침부터 이걸 사가는 사람들

유리 진열대 안에 간장에 조린 것들이 칸칸이 담겨 있었다. 왼쪽 큰 판에는 돼지 족발과 귀, 그리고 창자류가 통째로 쌓여 있고, 가운데는 닭발과 오리목·오리날개, 오른쪽 칸에는 조린 알과 채 썬 건두부·죽순 무침 같은 게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손님이 플라스틱 통에 골라 담고 있었고, 저울과 카드 단말기가 매대 한가운데 놓여 있다.

유리 진열대 안에 간장으로 조린 돼지 족발과 귀, 닭발, 오리목, 조린 알과 무침류가 칸칸이 담긴 루웨이 매대와 저울, 통에 담는 손님의 손
골라 담으면 저울에 올려 무게로 계산한다. 앞의 도마와 칼로 바로 잘라준다.

이런 곳은 딱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게 요령이다. "이거 조금"이라고 손가락으로 양을 표시하면 국자로 덜어 저울에 올린다. 한 번 담긴 뒤에 빼달라고 하기가 애매해서, 처음부터 두 손가락 정도로 확실히 표시하는 게 낫다. 이 매대는 가격표를 못 봤으니 무게 단위 가격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과일 — 무화과 20위안, 부처손 48위안/kg

과일 코너는 이번 시장에서 제일 오래 머문 곳이다. 대나무 광주리에 무화과 잎을 깔고 그 위에 무화과를 소복이 담아 파는데, 노란 팻말에 '无花果 20元/公斤'이라고 적혀 있었다. 킬로에 20위안이면 한국에서 무화과 사본 사람은 웃음이 나올 가격이다. 갈라진 틈에서 붉은 속이 비치는 걸로 골라야 잘 익은 거다. 상인이 손으로 광주리 안 무화과를 매만지며 자리를 잡아주고 있었다.

무화과 잎을 깔고 대나무 광주리에 소복이 담긴 짙은 자주색 무화과와 '无花果 20元/公斤'이라 적힌 노란 가격표, 광주리를 매만지는 상인의 손
'无花果 20元/公斤' — 무화과 1kg에 20위안. 뒤쪽 광주리엔 무화과 잎만 따로 담아뒀다.

안쪽 실내 과일 매대는 조명 때문에 온통 분홍빛이었다. 왼쪽부터 커다란 노란 자몽(팻말에 '空运榴莲'이라 붙은 두리안 안내가 옆에 있었다), 손가락처럼 갈라진 불수감(佛手, 48元/kg), 붉은 석류가 산더미, 그리고 그물망을 씌운 납작한 반도복숭아. 흰 종이에 손글씨로 '水蜜桃 38元/2斤'(수밀도 2근에 38위안)이라 써 붙여놨다. 앞쪽 상자에는 '印尼 蛇皮果'(인도네시아 살락) — 뱀 껍질 무늬가 그대로다. 이건 동남아에서 자주 봤지만 운남 시장 한복판에서 보니 반가웠다.

분홍 조명 아래 노란 자몽, 손가락 모양 불수감, 붉은 석류 더미, 그물망 씌운 반도복숭아와 인도네시아 살락이 진열된 실내 과일 매대와 물을 마시는 빨간 앞치마 상인
'佛手 48元/kg', '水蜜桃 38元/2斤' — 가격은 손글씨 팻말로 붙어 있다.

과일 가격은 팻말이 붙어 있어도 '斤(근, 500g)'인지 '公斤(kg)'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이 두 단위가 섞여 있어서 계산하면 두 배 차이가 난다. 나는 예전에 이걸 헷갈려서 "왜 이렇게 비싸"라고 속으로 투덜댄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근을 킬로로 읽은 거였다.

청과떡 3.5위안 — 이날의 아침

결국 아침으로 산 건 이거였다. 유리 진열장 안에 회녹색 반죽으로 구운 납작한 떡이 바구니마다 담겨 있었다. 칠판 가격표를 그대로 옮기면 — 青稞 玫瑰 豆沙 3.5元(칭커 장미 팥소), 青稞 苏子 3.5元(칭커 들깨), 青稞 玫瑰 糖 4元(칭커 장미 설탕), 青稞 小米 加糖 3.5元 / 无糖 3.5元(칭커 조 가당/무가당), 그리고 梅菜鲜肉 4元(매채 생고기). 청과(青稞)는 티베트 고원에서 나는 쌀보리다. 그래서 반죽이 저 특유의 회녹색을 띤다.

유리 진열장 안 노란 바구니에 담긴 회녹색 청과 떡들과 '青稞 苏子 3.5元', '青稞 玫瑰 糖 4元' 등이 적힌 검은 칠판 가격표
청과(쌀보리) 떡. 소에 따라 3.5~4위안. 무가당 옵션도 따로 있다.

들깨(苏子) 소를 하나 골랐다. 갓 구운 게 아니라 진열장에 있던 거라 미지근했고, 겉은 살짝 눅눅했다. 맛은 — 단맛이 거의 없고 보리 껍질 향이 강하다. 한국 떡의 쫀득함을 기대하면 실망한다. 오히려 거칠고 뻑뻑한 쪽이다. 나는 이 심심함이 좋았지만, 같이 간 일행은 한 입 먹고 나한테 넘겼다. 단 걸 원하면 玫瑰糖(장미 설탕) 4위안짜리를 고르는 게 낫다. 그리고 이런 건 갓 구워 나올 때 사야 한다 — 진열장에 오래 있던 건 확실히 덜하다.

실제로 도움 되는 것 몇 가지

돌아와 숙소에서 무화과를 씻어 먹으면서 생각한 건, 결국 이 도시에서 제일 운남스러웠던 건 관광지가 아니라 이 아침 두 시간이었다는 거다. 버섯 이름을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것, 벌레는 끝내 못 먹은 것, 떡을 미지근한 걸 산 것 — 실패한 것들까지 다 포함해서.